초병근무기피, "전역하면 끝"일까? 안일한 대응이 부르는 냉혹한 처벌
군대라는 특수한 조직 안에서 발생하는 과실은 흔히 내부 징계나 군기 교육대 수준에서 마무리될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특히 가볍게 넘기는 대표적인 영역이 바로 경계 근무와 초병 임무다. 그러나 군형법의 잣대는 민간 사회의 생각보다 훨씬 서슬 퍼렇다. 부대의 안위와 직결되는 경계 태세를 무너뜨린 행위는 사법당국에 의해 단순한 복무 태만이 아닌, 군 기강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 형사 범죄로 다루어진다. 순간의 선택으로 발생한 초병근무기피는 전역 후까지 집요하게 따라붙어 평범한 청년의 일상에 징역형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길 수 있다.
물론 실제 군형법에는 '초병근무기피'라는 단독 죄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군 사법당국은 군 기강을 해치고 경계 태세를 무너뜨리는 행위를 구체적인 군형법 조항들을 통해 엄격히 단죄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조문은 군형법 제40조 ‘초령 위반’이다. 초병이 정당한 사유 없이 규칙을 따르지 않거나, 지정된 초소를 이탈하거나, 근무 중 잠을 자거나 술을 마신 경우에 적용된다. 실제로 군 생활을 하다 보면 야간 근무 중 밀려오는 피로를 이기지 못해 보초를 서다 잠깐 졸거나, 동료에게 '간부 오면 깨우라'며 초소 구석에 기대어 눈을 붙이는 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나곤 한다. 가벼운 반성문이나 징계 정도로 끝날 일 같지만 군형법상 평시라 할지라도 법정형에 벌금형이 아예 없고 오직 2년 이하의 징역만 규정되어 있으므로 선처를 구하기 어렵다.
근무를 서기 싫어 꼼수를 부렸다면 군형법 제41조 근무기피 목적의 사술이 적용된다. 군무를 기피할 목적으로 꾀병을 부려 질병을 가장하거나 거짓말을 한 경우 평시 기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또한 자신의 근무 순번인데 지휘관의 허가 없이 초소에 나타나지 않거나 자리를 비웠다면 군형법 제32조 ‘무단이탈’로 처벌받을 수 있다.
군 형사 사건에서 피의자들이 매달리는 단골 도피처는 바로 '만기 전역'이다. 초병근무기피 혐의로 조사를 받다 가도 전역 날짜만 지나면 군사법원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될 것이라 착각한다. 하지만 군 복무 중 초령 위반이나 무단이탈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전역하게 되면, 사건은 증발하는 것이 아니라 피의자의 주거지 관할 민간 검찰과 민간 법원으로 고스란히 이송된다. 군복을 벗는다고 해서 지은 죄의 무게가 가벼워지거나 면죄부가 주어지는 일은 결코 없다.
로엘 법무법인 권상진 대표변호사는 "공군 군사법원장과 국방부 군인·군무원 징계항고심사위원장으로 재직하며 경험한 바에 따르면 군인들이 군형법의 무서움을 간과하기 쉬운 분야가 바로 경계 및 초병 관련 범죄다. 부대 울타리를 지키는 초병의 임무는 군 조직의 존립과 직결되기 때문에, 사법당국은 이를 단순한 ‘복무 태만’이 아닌 중대한 형사 범죄로 취급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간에 비해 엄격한 법 조항이 적용되는 군 형사 범죄를 풀어갈 때에는 군 조직의 생리와 지휘 계통의 특수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방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억울한 사정이 있다면 군의 지휘 환경을 고려해 고의성 부재와 정당한 사유를 법리적으로 입증해야 하며, 설령 과실이 인정되더라도 기소유예나 선고유예 등 전과가 남지 않는 결과를 이끌어내어 청춘의 한 페이지가 전과로 물드는 것을 막아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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