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말했는데도 처벌받는 이유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각종 폭로 글과 고발성 게시물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누군가는 연예인이나 공인의 과거 행적을 공유하고, 누군가는 학교폭력 가해자를 지목하며, 또 누군가는 특정 업체의 문제점을 폭로한다. 이러한 게시물이 논란이 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 있다.
"거짓말도 아닌데 왜 처벌을 받느냐."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명예훼손죄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경우에만 성립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형법은 조금 다르다. 사실을 말했더라도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다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 대해 "과거 음주운전 전력이 있다", "사기죄로 처벌받은 적이 있다", "이혼 경력이 있다"는 내용을 인터넷 게시판이나 SNS에 게시했다고 가정해보자. 해당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다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두고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왜 범죄가 되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우리나라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해외와 비교하면 다소 특이한 제도로 평가받는다. 미국과 영국 등 영미법 국가에서는 일반적으로 명예훼손이 허위사실을 전제로 하며, 진실한 사실은 강력한 면책사유로 인정된다. 반면 독일 등 대륙법 국가들도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을 중요하게 보호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처럼 진실한 사실의 적시 자체를 광범위하게 형사처벌하는 방식과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국제적으로도 꾸준히 논의의 대상이 되어 왔다. 물론 국가마다 역사적·사회적 배경과 개인정보 보호 제도, 민사상 구제수단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다. 다만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형사처벌하는 우리 제도가 국제적으로는 비교적 독특한 위치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인터넷과 SNS 환경에서는 한 번 공개된 정보가 사실상 영구적으로 남고, 순식간에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여전히 존치되고 있는 이유 역시 이러한 디지털 환경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에는 연예인, 스포츠 선수, 인터넷 방송인 등에 대한 악성 게시물과 댓글이 실시간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대형 팬커뮤니티가 형성된 경우에는 팬들이 직접 게시물을 수집하고 법적 대응을 추진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실무상 살펴보면 단순한 비판과 명예훼손의 경계는 생각보다 모호하다. 예를 들어 특정 인물에 대해 존재하지 않는 범죄사실이나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사실인 것처럼 반복적으로 게시하는 경우에는 명예훼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반면 실제 있었던 사건을 언급하는 경우에도 그 표현 방식과 목적, 반복성에 따라 법적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온라인 공간에서의 표현은 단순히 사실 여부만으로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그 정보가 어떠한 맥락에서 어떠한 목적으로 사용되었는지까지 함께 고려될 수밖에 없다. 인터넷 게시글 하나, 댓글 하나가 순식간에 수만 명에게 전파되는 환경에서 명예 보호의 필요성 역시 과거보다 커졌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물론 진실한 사실을 적시했다고 해서 무조건 처벌되는 것은 아니다. 형법 제310조는 적시한 사실이 진실하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직자의 비위 사실을 알리거나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공익적 제보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공익 목적과 비방 목적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실제 명예훼손 사건의 상당수는 사실 여부보다 공익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에서 결론이 갈리는 경우가 많다. 같은 사실이라도 작성 경위, 표현 방식, 게시 장소, 게시 목적에 따라 법원의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단순히 "사실이냐 거짓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릴 필요성이 있었는지,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특정인을 공격하거나 망신 주기 위한 것이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된다.
디지털 시대에 표현의 자유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동시에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을 보호해야 한다는 요구 역시 커지고 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둘러싼 논쟁은 결국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 보호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어느 지점에 균형을 둘 것인가에 관한 문제다.
다만 현행법이 유지되는 한, "사실을 말했으니 괜찮다"는 생각은 위험할 수 있다. 온라인에 글을 올리기 전에는 그 내용의 진실성뿐만 아니라 공익성, 필요성, 그리고 타인의 권리에 미치는 영향까지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사실을 말할 자유는 민주사회에서 반드시 보호되어야 할 가치다. 그러나 디지털 공간에서 그 자유는 언제든 타인의 명예와 충돌할 수 있다. 표현의 자유와 명예 보호 사이의 균형점을 어디에 둘 것인지는 앞으로도 우리 사회가 계속 고민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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